[동대문 이야기 2]

동대문 채널을 준비하면서

굿모닝시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택시를 타고 굿모닝시티를 가자고 하면 모르시는 기사님들도 있어서 더 놀랐습니다. 네비에 굿모닝시티를 입력하면 굿모닝시티 관리단이라고 나와서 생경하기도 했구요.

굿모닝시티로 이사오면서 이 건물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하나 갖고 있었습니다. 또는 미즈가 이 건물로 이사왔으니 행사나 이벤트를 많이 해서 회원들이 이곳을 좀 더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해서 미즈 사이트에 굿모닝시티 뿐만 아니라 동대문 상가를 홍보할 수 있는 커뮤니티 채널을 하자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회사 내부 반응은 떨떠름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특정 상가들을 우리가 왜 홍보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실제로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20년 전만 해도 서울에 상경해서 친구들과 시장 뒷골목 맛집, 또는 이런 저런 걸 사러가자면 남대문이었습니다. 동대문에 대형 빌딩상가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이후로 이곳에는 익숙해지는 몇가지 풍경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한밤중에 펼쳐지는 무대였습니다. 조그만 상설무대에 한무리의 아이들이 순번을 기다리며 춤을 추었고, 무대를 둘러싸고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입니다. 그런 풍경이 사라진 것도　꽤 된 것 같습니다. 불경기라서 그런 것인지, 주변 여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형상가가 마구잡이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익숙해진 두 번째 풍경은 텅텅 비어 있는 상가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특히 굿모닝시티 오른쪽으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은 몇 년간인가 통째로 비어 있었습니다. 롯데에서 굿모닝시티 건물을 임대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롯데는 이 건물을 새로 리뉴얼해서 롯데피트인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잘 된 듯 싶습니다. 어둠에 쌓여 있는 그 건물이 상당히 흉물스러웠거든요.

세 번째로 이지역에 호텔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텅텅 비어 있던 건물들은 호텔로 용도변경하여 리뉴얼을 시작했고, 우리의 이전 사무실이 있었던 KT건물도 세입자를 모두 내보고 호텔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지역에 점차적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이제 동대문 상가지역은 몇 년동안 제가 살아가야 할 공간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누군가 맛집을 물으면 능숙하게 음식점마다의 특징을 설명해줄 수도 있을테고,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판매하는 단골집도 생길겁니다. 1층 건물에 있는 의류상가 주인들과 아는 사이가 되어 통로를 오가며 인사를 나누게 될 날도 올지 모를 일입니다.

미즈 사이트에 동대문 채널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는 담당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동대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다. 의류산업이 총집결되어 있고,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있으니 글로벌한 곳 아니냐. 사실 이런 말을 하면서 그 말이 맞는 지, 정확한 말인지 저도 확신은 없었습니다만, 생각하는 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제 고집에 전직원이 굿모닝시티 상가와 주변 상가에 대한 분석, 아이디어 등을 내놓았고 가장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마케팅팀장은 이 내용들을 계속 수정하고 또 보완해서 7월 마지막날 밤 12시가 다된 시간에 문서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네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이 지역이 세계 최대의 패션과 디자인 사업이 꽃을 피우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젊은 사람들에겐 꿈을 키우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강북사람들에겐 강남까지 가지 않아되 되는,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곳이 되길, 연인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가 되길, 가족들과 한때를 즐겁게 즐기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동대문을 찾고 이곳이 대한민국과 세계의 새로운 패션과 디자인을 리드하는 곳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드림미즈가, 미즈 사이트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꿈이 실현되든 안되든, 꿈꾸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