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라고 시작되는 울산계모 큰 딸의 문자는 그날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하늘소풍 대전팀의 서명운동 모습]
울산계모 사건이 터졌을 때 분노한 사람들 중 일부는 ‘울산계모의 딸도 서현이랑 똑같이 해줘야 한다. 신상을 공개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카페에 올리기도 했었다. 서현이가 참혹한 고통을 당하고 죽었으니 울산계모의 자녀도 같은 고통을 겪어서 울산계모에게 복수를 해야한다는 감정적인 글이었으나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울산계모가 죄를 지었지 그 딸이 지은 것은 아니다’라는 반론을 올려 잠시 갑론을박을 하기도 했다.
울산계모가 죄를 지었다고 그 자녀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울산계모의 딸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소릴 들었기에 만일 죽은 서현이의 원수를 갚자고 울산계모의 자녀들에게 같은 짓을 한다면 이 역시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일이 되고 만다.
울산계모의 가족과 서현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아이를 봐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어린 서현이와 울산계모 두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렸었다.
아이를 학대해서 죽인 것만으로도 분노의 게이지가 하늘을 뚫지만 대다수 주부들로 구성된 카페의 특성상, 학대 당사자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은 더욱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되었다. 때로 분노는 행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울산 계모와 서현의 친부가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는 와중에 불륜을 저질러 마침내 양쪽 다 이혼을 하고 두 사람은 동거를 하며 서현이를 키우다가 학대로 죽게 만들었다는 것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막장’이라고 욕먹을 추잡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울산계모 두 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올렸는데, 그 날 저녁 한통의 쪽지가 날아왔다.
‘저는 박** (울산계모 본명)의 전남편입니다’ 라며 아이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내 전화번호를 적어 답장을 보내며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으니 전화를 달라고 하자, 한참 후 전화가 걸려왔다.
‘죄송합니다..’ 그의 첫마디였다
그가 죄송할 일이 뭐가 있는가? 이미 이혼까지 한 전처가 저지른 일을 그가 무슨 책임이 있다고 죄송해야 하는가.. 그러나 그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나중에 울산의 서현이 49재에도 참석했다)
나는 울산계모 전남편을 통해 기가 막힌 사연을 알게 되었다.
울산계모는 전세 사기를 벌여 당시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던 두 딸과 남편을 거리에 나앉게 하였고 순진한 남편을 속여 이혼까지 했던 것이다
'가족들과 잘 살아보려 했던 것이 잘못되어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며 빚을 갚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였는데, 당시 울산계모는 서현이 친부와 동거를 하기 위해 전세 사기를 벌인 듯했다.
울산계모가 서울에서 식당 일을 하며 어렵게 산다는 거짓말을 믿은 전남편은 언젠가 다시 울산계모가 돌아와 가족이 예전처럼 단란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동차를 팔아서까지 돈을 마련하여 송금해주곤 했었는데 그 당시 울산계모는 서현이 친부와 동거하며 32평 신축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욕하다 지쳐 죽을 * 이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무리 남자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제 자식을 거리에 나앉게 한 것도 모자라 혼자 벌어 아이들 치다꺼리하느라 허덕이는 전남편의 돈까지 알겨먹는단 말인가.
인터넷에 울산계모의 실명이 뜨던 날, 차라리 자신에게 듣는 것이 충격이 덜할거라 여겨 그는 두 딸을 앉혀놓고 사실을 말했다고 한다.
(울산계모의 실명과 사진은 내가 입수하여 카페에 올렸고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고소당한다고 걱정을 했지만, 그까짓 고소당해서 벌금 무는 것쯤은 무섭지 않았다. 흉악한 범죄자의 이름과 초상권까지 보호해줘야 하는 게 인권이라면,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한은 어쩌란 말인가?)
고등학생이던 딸은 충격을 받고 사람들이 자기를 울산계모 딸이라고 알아볼까봐 두렵고, 죽고 싶다며 학교도 자퇴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작은 딸은, 울산계모가 집을 나갈 때의 나이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추었다고 한다. 엄마가 사라지고 집도 없어졌을때 느꼈을 아이의 충격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들도 피해자였다.
평생을 두고 살인자의 전남편, 살인자의 딸이란 굴레를 쓰고 살아야 하는 그들은 무슨 죄로 그래야 한단 말인가.
밤낮으로 울산계모를 살인죄로 법정최고형 (사형)에 처하라고 분노에 차서 외치고 있지만, 울산계모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앙아보전 홍창표 팀장과 지리산에 계신 조관장님께 SOS를 쳤다.
‘이 아이들이 가해자의 딸들이긴 하지만 역시 범죄의 피해자입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홍팀장과 조관장님도 내 뜻에 흔쾌히 동참하시고 여러 방면으로 무료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봐주었다.
이 일은 내 주변의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였다. 울산계모에 대한 분노가 워낙 컸기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몇 달 후에야 몇 명에게만 알려주며 함구해줄 것을 부탁했다. 지금은 이 역시 역사의 한 컷이기에 기록으로 남겨도 되겠다 여겨 글을 적는 것이다.
마침내 두아이 뿐 아니라 전남편까지도 무료로 심리치료를 해준다는 곳이 나타났고, 소식을 전해주자 전남편은 감사하다는 말을 수십번도 더 했다.
내가 치료를 해드리는 것도 아닌데, 내가 감사받을 일이 뭐 있다고..
그리고 며칠 후, 낯선 번호로 길고 긴 문자가 내게 날아왔다.
‘저는 박 **의 첫째 딸입니다.. 라며 그 아이는 ’예전에 예뻐했던 서현이를 엄마가 그렇게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고 서현이에게 죄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고 욕을 해도 면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인 울산계모 대신 평생을 서현이에게 속죄하고 살겠다며 치료 받으며 나쁜 생각 안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글자 하나하나 마다 그 아이의 눈물이 배어있는 것 같아 나 역시 눈물지으며 읽어내려갔다.
죄를 지으면 그 죄를 자식이 받고, 복을 지으면 그 복을 자식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울산 계모의 죄는 그녀 자신만 받았으면 좋겠다. 악마를 엄마로 둔 죄 밖에 없는 아이들이 울산계모의 죄값을 대신 받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니까.
어디 멀리 산속에 들어가서 살거라는 전남편분의 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죄없는 그들이, 다 잊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힘들긴 하겠지만....
아이의 진솔한 마음을 알고 더이상 울산계모 딸들에 대한 미움을 갖지 말아달라는 의미에서 그 아이의 문자 일부를 공개한다.

손주연
죄를 지으면 자식이 받고 복을 지으면 자식이 받는다는말,,이말때문에 저도 죄안짓고 살려고 되도록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정말 정말 도움주셔서 또 한가정을 살리셨네요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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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는 그 가족까지 생각하시고...
역쉬~쌤입니다 ㅎㅎ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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