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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칼럼-함께 키우는 아이들

우리가 복수초되어..
2015-03-20 조회 8,465 댓글 0







지난 일을 돌아보며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구영리에서 몇 명이 모여 피켓 구호를 만들때, 피켓을 만들기는 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내게 어떤 문구를 써야 하냐고 물어보자 엉겁결에 나온 것들이 다음의 다섯 가지 문구다. (저희도 죄인입니다 라는 피켓도 있었지만 요구사항이 아니기에 여기서는 제외한다)


1. 울산계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

2. 솜방망이 아동학대치사는 살인죄로 엄벌하라

3. 친부도 공범으로 처벌하라

4. 학교의 아동학대신고의무를 강화하라

5. 아동학대 특별법을 조속히 시행하라


그런데, 놀랍게도 위 다섯가지 사항이 전부 이루어졌다. (친부는 공범이 아니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 당시 분위기로는 친부는 가벼운 벌금형 정도로 예상했기에 중형 선고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되었다)


1,2 항목은 겹치는 것이고 4 항목은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그 안에 내용이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울산계모는 처음에 상해치사로 구속이 되었다가 포항에서의 아동학대 신고 전력이 발견되어 아동학대치사로 공소장이 변경되었다.


나는 아동학대치사라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항거불능의 아이를 죽을 때까지 때렸는데, 그게 어떻게 살인이 아니고 치사가 된단 말인가?


치사라는 말은 본래의 뜻을 차치하고, 무언가 실수에 의한 혹은 어쩌다보니.. 라는 느낌이 강한데, 보통 여자치곤 덩치가 큰 울산계모가 20kg도 안나가는 여덟살 어린아이를 한시간이 넘도록 폭행을 해서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졌는데, 그게 어떻게 '치사'에 해당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서현이의 죽음을 안 순간부터 이것은 살인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 울산계모를 살인죄로 법정최고형에 처해주십시오' 라는 서명지로 전국 서명을 받아 수만장을 검찰로 보냈다. 단일 사건에서 이렇게 많은 서명지와 진정서가 들어간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정치적이거나 국가 부실로 인한 인재 사건 제외)


법을 아는 사람들이나 기자들은 내게 '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사건이 살인죄가 된 판례가 없었다. 헛수고 하지 말고 학대 치사 중에서 엄벌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대답했다

' 판례가 없었으면 이번 사건으로 새로운 판례를 만들면 됩니다. 우린 무식해서 법 같은거 모릅니다. 그러나 상식을 믿습니다. 이 작은 아이를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지도록 때려서 마침내 죽였는데 이게 어떻게 살인이 아닙니까? 이건 살인입니다!'


이전에도 아동학대로 사망한 가엾은 아이를 위한 카페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조용히 추모를 하거나 카페에서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우리는 추모카페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나라의 몰상식한 법과 제도에 맞서 또 다른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막자고 나온 전투적인 모임이었다.





우리의 분노는 거셌다.

누가 한국사람을 끓는 냄비에 비교했는가? 많은 이들이 우리의 분노를 '극성맞은 아줌마들이 며칠 하다가 마는' 것으로 폄하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서명 열기는 날마다 더 폭발하였고 한 두 줄의 기사로 할 일을 마쳤던 언론들은 우리를 주목했다.


우리 회원들의 서명운동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스스로 피켓을 만들어서 눈물을 흘리며 사건 내용을 설명했고 지나가는 사람을 끝까지 따라붙어 기필코 서명을 받아냈다.


서명운동은 단지 서명만을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 피켓으로 아동학대의 실상을 만들어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였고, 이로 인해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끄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에 나섰고 서명을 하는데 필요한 물품, 피켓 , 볼펜, 서명지 , 사탕 , 서명테이블 등을 자비로 구입했다.



 


혼자서 서명을 받으러 다닌 회원들도 많았었다.


서울의 김희라 회원은 카페에 가입하고 모든 사연을 알게 된 후 눈물과 분노와 감동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카페 공지에 올라있는 서명지 파일을 다운받아 혼자서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사실, 서명이란 게 여럿이 함께 다녀도 눈총을 받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때도 많고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입도 잘 떨어지지 않음에도 '순수한 분노'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게 만들었던 것이다. 김희라 회원은 눈물을 흘리며 버스 정류장에서 서명을 받았고 서명해준 분들게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윤소정 회원은 카스에 공유된 서현이 사연을 보고 무작정 볼펜과 서명지를 들고 혼자서 나섰다. 태어나서 처음 받는 서명이지만 용기를 내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사연을 설명하였지만 당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 추웠던 겨울 날씨가 더 매섭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동참하는 부산지역 회원들이 늘어갔다.

김윤정, 윤성만, 지일주, 그리고 카페 닉네임인 차니와 그 아들, 리찰리, 소화, 체리 봉로, 녹차 등등.. 같이 공분하며 악한 가해자들이 죄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며 서로 위로하고 따뜻함을 나누며 꾸준히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단일 팀 내 4,000장 돌파라는 쾌거를 이루어내었다.


부산의 서명운동의 성과는 이후 다른 지역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어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후 부산은 넓은 지역 때문에 또 다른 서명팀이 꾸려졌다.

이선경, 최영미, 이선아, 우희정, 박지은,김선영, 윤영수, 정성숙 등이 활발하게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들은 특히 하늘소풍의 구원투수라 할 만 했다. 하늘소풍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활기가 떨어져 주춤할때면 어김없이 전면에 나타나는 고마운 팀이다.





개그우면 김미진씨도 서현이 사건을 보도를 통해 접한 후 내막을 알기 위해 하늘소풍에 가입을 했다. 국회 1인 시위가 있으면 커피나 음료, 손난로 등을 제공했는데, 당시 나는 김미진씨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여의도 진이라는 가명을 쓰고 활동하고 있었음)


김미진씨는 홀로 방송사 보도국, 교양국 등을 다니며 사건을 알리고 서명을 받았고 근처 학교등에 자신이 직접 만든 사건 자료를 가지고 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나 하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등 돌리고, 공공장소나 백화점 등지에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서명을 못받게 했을때는 좌절도 많았었다고 한다.


지금도....온몸에 멍자국,화상흉터,매질로 굳은 엉덩이 를 보일수없어서, 데려갈 엄마가없어서, 화상통증이 심해서...목욕탕 한번 못갔을 서현이 생각에 목욕탕에서도 울컥하고 지나가다 서현이 닮은 아이를 보면 되돌아보며 울컥한다는 그녀는 늘 서현이가 그리운 아이이고 우리들의 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회나 시위때 늘 뒤에서 도움을 주고 얼마전 내가 kbs 생방송에 출연했을때 그예 자신의 집으로 날 데려가 비빔밥 한그릇을 뚝딱 먹게 하고 우엉차를 손에 쥐어주었다. '연세가 있어서'라며 처음 만났을때 준 오메가 쓰리를 아직까지 먹고 있는데(약먹는 걸 잘 까먹어서 몇 달에 한 번 먹을 때도 있음), 먹을 때마다 그녀의 따뜻함을 떠올리고 있다.



이 외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국의 수많은 회원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울산 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격렬한 토론을 거친 끝에 2013년 11월 21일. 마침내 울산계모에 대해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울산검찰의 아동학대 엄벌 의지는 눈물 날 정도 였다. 울산 지검 이야기는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계모가 악행은 했지만 여러 정황상 살인의도를 가지고 아이를 때려 죽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번 사건이 다소 여론재판 성격으로 흘러가고 있어 실제 살인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위축되지 않았다.

기필코 이번 사건을 선례로 만들어 항거불능의 아이를 학대 끝에 죽이는 행위는 살인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우리들의 열망은 더욱 굳건해졌고 전국 서명의 열기는 맹추위 속에서도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품고마치 눈을 뚫고 솟아 올라오는 복수초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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