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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기업

말(馬)과 함께 하는 재활 치료의 세계
2019-03-18 조회 1,334 댓글 0

말(馬)과 함께 하는 재활 치료의 세계

승마로 신체·정신적 장애를 치유하는 ‘힐링위드홀스’.




“3년 전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여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결혼식에 보조기구 없이 아빠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는 게 꿈이라는 말에 바로 재활 승마를 시작하자고 했죠.”

 

김철영(43) 힐링위드홀스 대표는 재활 승마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희경이를 소개했습니다. 


어릴 적 휠체어 없이 생활하기 어려웠던 희경(16)이는 상태가 호전되면서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겨우 걷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리 경직이 심해 넘어지기 일쑤였고, 앉아 있을 때도 골반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세가 구부정했습니다.


재활 승마 첫날, 희경이는 다리가 벌어지지 않아 말 위에 앉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사이드 워커의 도움으로 겨우 말 위에 앉았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상체가 앞으로 숙여졌습니다. 인력 4명이 투입돼 한 명은 말을 이끌고, 세 명은 희경이의 다리와 상체를 잡아 재활 승마를 시작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희경이는 말 위에서 스스로 앉아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스트레칭 동작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의자에 앉을 때 상체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돼 앉은 자세만 봐서는 희경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말에 앉아 자세를 잡고 버티는 것부터가 재활 승마의 시작이다.(사진제공: 힐링위드홀스) 


김철영 대표는 “딱딱한 공간이 아닌 자연에서 말과 함께 교감하며 재활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재활 승마는 희경이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말과 교감하고 함께 운동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동물 매개 치료 방법입니다. 말의 걸음걸이가 사람과 매우 유사해 말 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골반 근육이 자극돼 균형 감각을 기를 수 있다는군요.



장애에 따라 재활 프로그램 차별화


재활 승마 프로그램은 장애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뇌성마비나 하체마비 장애가 있는 경우 물리치료 위주의 교육이 이뤄집니다.


“말 위에 앉아 있으려면 몸에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허리에 힘이 가죠. 스스로 앉아 있기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말 위에 앉아서 버티는 것만으로 재활 치료가 되는 이유입니다.”


발달 장애인이나 자폐성 장애인은 레저(Leisure), 레크레이션(Recreation) 위주로 교육을 받게 됩니다. 특히 말과 교감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보통 300~400㎏이 넘는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결코 사람의 힘이 아닙니다. 신뢰와 교감이죠. 사람과 말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면 작은 손동작만으로도 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재활 승마 프로그램은 장애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사진제공: 힐링위드홀스)


말과 교감하는 재활 교육은 감정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성 장애인에게 특히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말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45도 각도에서 다가가 목을 쓰다듬으며, 말이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손바닥을 말의 코로 자연스럽게 가져가면 됩니다. 후각이 발달한 말은 냄새로 사물을 인지하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말 위에 앉아 중심을 잡을 수 있으면 세 살 이후부터 재활 승마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말이 무섭다고 울던 아이들도 말을 만지고 반응하는 말을 보면 매우 좋아합니다.” 


그는 이렇게 울던 아이도 웃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게 바로 승마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역시 말을 통해 웃고 서로 교감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볼 때 이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재활 승마 프로그램은 한 회에 보통 1시간 반 정도 진행되며, 일주일에 한번 내지 두 번 정도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합니다.



장애인 한 명에 인력 2명이상 필요…중증일 경우 최대 4명 투입


김 대표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말(馬)에 대해 공부한 말 전문가입니다. 그런 그가 재활 승마를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대학원 졸업 후 취업한 회사에서 였습니다. 재활 승마의 매력에 빠져있던 김 대표는 2004년 회사가 서울법인을 철수하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재활 승마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 회사는 설립했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문제였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말 위에서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장애인 한 명에 적어도 두 명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재활 승마 시 최소 2명의 인력이 필요하며, 중증장애의 경우에는

 4명까지 투입되기도 한다.(사진제공: 힐링위드홀스)


“장애 정도에 따라 투입되는 인력이 달라집니다. 경증이면 2명도 가능하지만 중증일 경우 4명이 투입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이익이나 효율을 따진다면 재활 승마를 할 수 없습니다.” 

 

그가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대표는 2015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거쳐 올해 3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지원센터인 씨즈의 도움을 받으면서 막연했던 재활 승마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정리 할 수 있었고 이와 동시에  실천해 낼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습니다.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시험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김철영 대표


그동안 힐링위드홀스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인력 문제는 ‘재능 나눔’이라는 자원봉사활동으로 풀어냈습니다. 재활 승마의 안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사이드 워커 역할을 자원봉사자가 하도록 한 것입니다. 사이드 워커는 재활 승마 시 장애 아동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잡아주고 무서워하지 않도록 말에 대해 알려주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2시간 정도 말과 승마 안전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사이드 워커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정기적으로 힐링위드홀스의 재활 승마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4명 정도로 더 많은 사이드 워커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교 봉사 동아리와 협업을 맺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 은퇴한 어르신들을 사이드 워커로 채용해 제2의 인생 설계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접근성 좋은 도심 근처 승마장 건설 목표


김 대표는 더 많은 장애인이 재활 승마를 체험할 수 있도록 힐링위드홀스 이름의 승마장을 서울에 갖는 게 목표입니다. 연 매출이 3000~4000만 원인 현실에서는 아득한 꿈일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장애인이 쉽게 재활 승마를 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과제입니다.


현재 힐링위드홀스는 용인, 대전, 남양주에 거점 승마장을 두고 재활 승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울에서 가깝다는 용인도 평일 2시간 반~3시간 거리입니다. 왕복 5시간 이상 걸리니 큰마음을 먹지 않으면 재활 승마 교육을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말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옛 경마장 부지인 뚝섬입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더 많은 장애인이 재활 승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헤택을 받기위해 서울에 힐링위드홀스만의 승마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철영 대표.


더불어 한 회당 5만 원 정도 하는 재활 승마 교육비도 장애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바우처 수행 기관 인증을 받을 계획입니다. 인증을 받으면 장애인들은 정부 바우처를 통해 힐링위드홀스에서 재활 승마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김철영 대표에게 ‘말(馬)’은 사회적 가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김 대표의 소망은 말을 통해 누구나 행복한 그리고 웃음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김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일궈내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 아닐까요?



힐링위드홀스 홈페이지 : wehorse.modoo.at/ 


글. 정혜선(이로운넷 리포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출처: 사회적경제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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