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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체인지

‘커뮤니티 케어’에서 ‘무장애 여행’까지...제주 사회적경제의 도전
2019-04-22 조회 2,326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국정 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1988년부터 31년 간 시행해 온 장애등급제는 폐지수순을 밟게 됐다.

종전의 장애 등급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손상정도’에 따라 1~6급으로 세분화하여 등급별로 활동지원대상을 선정, 서비스 수급 자격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진출처= Josh Appel on Unsplash


이번 개정안은 ‘장애 등급’이 아닌 ‘장애 정도’를 기준으로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종합적이고 개별화된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서비스 확대에 따른 예산 편성, 통합관리시스템의 부재, 세부 시행 방안 마련 등 넘어야 할 관문도 많다. 무엇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과제다.

이에 제주도 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사업 추진 현황을 토대로, 장애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단계별 지원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핵심 키워드는 ▶가정·사회 내 ‘보호’ 서비스 ▶사회적 ‘자립’을 위한 지원 ▶‘평등’의 사회적 가치 실현 순이다.

◇ 가정-사회를 이어주는 밑거름 ‘사회적협동조합 파란나라‘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등록 장애인은 258만 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했다. 그러나 보이는 현실은 숫자와 다르다. 100명이 모인 집단 내에서 5명의 장애인을 마주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파란나라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7년 서귀포장애인종합복지관 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 몸담았던 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장애인들의 손이 되고 발이 되는 나눔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130명의 활동지원사가 소속된 사회적협동조합 파란나라는 서귀포 내 170가구의 장애인 가정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사진=사회적협동조합 파란나라


현재 파란나라에 소속된 활동지원사는 130명. 이들은 서귀포 내 장애인 가정 170 가구에 파견돼 상담업무 및 신체·가사·사회활동에 대한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단체와 야간 학교 등에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사회 환원 활동도 꾸준히 전개해왔다.

파란나라의 사업 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과 맞닿아 있다. 장애인이 수용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내에서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에 발맞추어 내달부터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추후 직업재활시설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일념으로 파란나라의 활동지원사들은 오늘도 장애인들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희망의 날갯짓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희망나래는 ‘발달장애인의 평생 파트너’를 꿈꾸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5년 11월 사회적협동조합설립 이후 2016년 6월 제주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그해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됐다. 2017년 6월에는 일자리 창출 및 지역사회 공헌 등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우수협동조합 선정 ‘경제부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조합원 설립 이후 1년 7개월 만의 쾌거다.

가시적인 성과 뒤에는 남모를 고뇌의 시간이 있었다. 최영열 희망나래 이사장은 15년 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몸담은 현장전문가로서 장애인의 자립과 자활을 이끌 수 있는 지역수익사업 모델을 꾸준히 구상해왔다.


희망나래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목적으로 명함, 포스터, 리플렛, 쇼핑백 등 다양한 인쇄관련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다. 오른쪽 조랑말은 희망나래의 캐릭터 '나래'/사진=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2017년 11월 중증장애인들의 자립 공간인 ‘희망나래일터’가 문을 열자, 최영열 이사장의 꿈은 더 큰 날개를 달게 됐다.

주요사업은 인쇄 및 판촉물 분야다. 전체 근로자의 70%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희망나래일터는 디자인, 출력, 제본까지 인쇄물 기획·제작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이밖에 장애인주간보호시설 희망나래활동센터, 장애인공동생활가정 희망나래공동체 사업 등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희망나래는 캐릭터 ‘나래(NARAE)’에 기업의 미션을 담았다. 머리 위와 엉덩이에 작은 날개를 달고 있는 제주 조랑말로,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등한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믿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나래의 힘찬 날갯짓이 우리 사회에 일으킬 변화의 바람을 기대해본다.

◇ 무장애여행으로 사회혁신을 꿈꾸는 ‘두리함께 주식회사’

마음의 안식으로 떠오르는 여행이란 두 글자가 누군가에겐 마음의 짐이 되고,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여행길이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이 된다면? 해법은 하나다. 똑같은 출발점을 만드는 것.

장애인전문여행사 '두리함께'는 누구나 접근가능한, 모두가 평등한 '무장애여행(barrier-free travel)'을 추구한다. 관광약자를 위한 특화된 복지여행서비스로 2014년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처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2016년 현대차 그룹의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문화체육부 장관상과 한국사회적기업혁신상을 거머쥐며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혁신기업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장애인여행전문 두리함께 주식회사는 관광약자들을 대상으로 무장애 여행 상품을 개발,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사진=두리함께


여행업에 종사하던 이보교 두리함께 대표이사는 2012년 사회복지법인에서 장애인 여행을 담당하면서 처음 장애인 문제에 눈을 떴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소셜벤처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2018년 사회적기업 인증 후 작년 한해에만 약 1만 명 이상의 관광약자들이 두리함께의 문을 두드렸다. 전수조사와 현장조사를 거쳐 완성된 장애·테마별 맞춤 프로그램이 제공됐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동정과 시혜가 아닌 문화와 소비의 당당한 주체자로 바로섰다.

두리함께의 여행 상품은 청정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그치지 않는다. 내륙은 물론 일본, 태국까지 뻗어나가며 복지, 문화, 서비스, 관광의 영역을 통합한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보교 대표이사의 목표는 '무장애 여행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전국의 관광업계에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여 장애인들이 언제어디서든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먼 미래가 아니다. 두리함께의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글. 조보영(이로운넷 제주 주재기자)



출처: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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